“업데이트했더니 차가 느려졌다?”OTA 기능 제한, 제조사의 설명은 어디까지 진실인가

기획특집 | 모빌리티 기술 윤리
무선 업데이트 기능 제한01

부제: 안전을 위한 최적화인가, 리콜 회피를 위한 ‘성능 가두기’인가

 요약:
스마트폰처럼 자동차도 무선 업데이트(OTA)로 진화하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최근 테슬라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OTA 업데이트 이후 배터리 충전 속도를 제한하거나 출력을 낮추는 사례가 잇따르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제조사는 “안전과 내구성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소비자들은 “구매 당시 약속했던 성능을 임의로 뺏는 기만행위”라며 반발합니다. 특히 ‘릴리즈 노트’에 핵심적인 기능 하향 내용을 숨기고 ‘시스템 안정화’라는 모호한 표현을 쓰는 관행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본 리포트에서는 OTA 업데이트를 이용한 성능 제한의 기술적 배경과 법적 쟁점, 그리고 투명한 정보 공개를 위한 제도적 해법을 심층 분석합니다.

1. 프롤로그: 잠든 사이 사라진 50km의 주행거리

어느 날 아침, 테슬라 오너 A씨는 차에 오르자마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어젯밤 완료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덕분에 새로운 게임과 넷플릭스 인터페이스가 생겼지만, 계기판에 표시된 ‘완충 시 주행거리’가 어제보다 30km나 줄어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속 페달의 반응도 어딘지 모르게 둔해진 느낌이었습니다.

제조사에 문의하자 “배터리 보호를 위한 로직 개선”이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안전을 위해서”라는 말에 딱히 반박할 수는 없었지만, A씨는 찝찝함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수천만 원을 주고 구매한 ‘내 차’의 성능이, 제조사가 누르는 버튼 하나에 좌지우지되는 현실. 우리는 과연 업데이트 버튼을 누를 때마다 설렘이 아닌 두려움을 느껴야 하는 걸까요?

2. 성능 하향의 기술적 명분: ‘안전’이라는 이름의 만능 열쇠

자동차 제조사가 OTA를 통해 성능을 제한하는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명확합니다. 기계적인 한계와 소프트웨어의 괴리를 메우기 위함입니다.

Reason 1. 배터리 열폭주 방지와 수명 연장

전기차 화재 사고가 잇따르자 제조사들은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BMS) 업데이트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과충전을 막기 위해 상한 전압을 낮추거나, 급속 충전 시 속도를 강제로 제한하는 로직을 심는 것입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불나서 리콜하는 것보다 소프트웨어로 누르는 게 싸게 먹힌다”는 경제적 논리가 작용합니다.

Reason 2. 구형 하드웨어의 부하 감소

차량용 인포테인먼트가 화려해질수록 메인 프로세서(AP)에 가해지는 부담은 커집니다. 구형 모델에서 새로운 기능을 구동하려다 보니, 정작 중요한 안전 관련 프로세싱 속도가 느려질 수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백그라운드에서 특정 출력이나 편의 기능을 제한하기도 합니다. 스마트폰의 ‘배터리 게이트’와 같은 원리입니다.

3. [논란의 핵심] ‘몰래 가두기’와 불투명한 릴리즈 노트

무선 업데이트 기능 제한02

진짜 문제는 ‘제한’ 그 자체가 아니라 ‘방법’과 ‘정보 공개’에 있습니다.

구분 사용자 기대 실제 제조사 행태
업데이트 설명 “성능 하향 시 명확한 이유와 수치를 공개하라” “기타 버그 수정 및 시스템 안정화”로 퉁침
선택권 보장 “업데이트 여부를 내가 결정하게 해달라” 미업데이트 시 커넥티드 서비스 차단 등으로 압박
가치 보전 “성능이 떨어졌으니 중고차 가치 하락분을 보상하라” “보증 범위 내의 정상적 관리”라며 회피

미국과 노르웨이에서는 테슬라가 업데이트로 배터리 전압을 제한한 것에 대해 “기만적인 성능 하향”이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소비자들의 손을 들어주며 수천억 원대의 배상금 판결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제조사는 ‘최적화’라고 부르지만, 법원은 이를 ‘재산권 침해’로 보고 있습니다.

4. [대응 가이드] 내 차의 ‘권력’을 지키는 3단계 방법

기술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소비자가 더 영리해져야 합니다. 업데이트 알림이 떴을 때 즉시 눌러야 할까요?

STEP 1. ‘얼리어답터’보다는 ‘관찰자’가 되세요

새로운 펌웨어가 배포된 직후에는 동호회나 커뮤니티(레딧, 보배드림 등)의 피드백을 최소 3일간 주시하세요. “충전 속도가 느려졌다”, “회생 제동 느낌이 달라졌다”는 후기가 올라온다면 제조사의 ‘몰래 패치’가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치명적인 보안 결함이 아니라면 업데이트를 며칠 늦추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STEP 2. 데이터 기반의 ‘비포/애프터’ 기록

OBD2 스캐너나 차량 관리 앱을 통해 업데이트 전후의 배터리 가용 용량(SOH), 완충 시 전압, 0-100km/h 가속 시간 등을 기록해두세요. 수치화된 데이터가 없으면 제조사를 상대로 문제를 제기해도 “기분 탓”이라는 답변만 돌아옵니다. 데이터는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STEP 3. ‘권리 주장’을 포기하지 마세요

성능 하향이 확인되었다면 한국소비자원이나 국토교통부 자동차리콜센터에 신고하세요. 개별 항의는 무시당하기 쉽지만, 유사 사례가 모이면 정부 차원의 결함 조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제조사의 독점적 소프트웨어 권력에 균열을 내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5. 에필로그: 디지털 봉건제 시대를 건너는 법

과거의 자동차는 한 번 사면 그 성능 그대로 평생을 탔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구독’과 ‘업데이트’라는 이름 아래 제조사의 지속적인 통제를 받는 디지털 봉건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물론 OTA는 진보입니다. 중대한 결함을 정비소에 가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고, 자고 일어나면 내 차가 더 똑똑해질 수 있는 혁신입니다. 그러나 이 기술이 제조사의 결함을 덮거나 AS 비용을 아끼기 위한 ‘성능 감옥’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됩니다.

“안전”이라는 명분이 “소비자의 재산권 침해”를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 제조사는 모든 업데이트의 상세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며, 소비자는 그 변화를 거부하거나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합니다. 우리가 업데이트 버튼을 누를 때마다 제조사의 진정성을 의심해야 한다면, 그 혁신은 이미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부록] 업데이트 전 ‘호갱 방지’ 체크리스트


  • 릴리즈 노트의 ‘행간’ 읽기: ‘성능 개선’, ‘안정성 최적화’ 뒤에 숨겨진 출력/속도 제한이 있는지 포럼 검색

  • 배터리 완충 데이터 확인: 업데이트 전후의 최대 주행거리 변화를 사진으로 기록해두기

  • 중대 오류 제보 확인: 업데이트 후 ADAS(주행 보조) 오작동이나 내비게이션 먹통 사례가 있는지 확인

  • 강제 업데이트 거부 설정: 가급적 ‘자동 업데이트’ 설정을 끄고, 매번 확인 후 수동 진행할 것
References & Sources:
1.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법원: 테슬라 배터리 전압 제한 소송 판결문 (2021)
2. 노르웨이 분쟁조정위원회: 테슬라 모델 S 배터리 성능 하향 배상 결정 사례
3. 국토교통부 자동차정책과: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안전 가이드라인 및 규제 연구
4. IEEE Spectrum: “The Ethics of Over-the-Air Updates in Modern Vehicles”
5.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자동차 OTA 업데이트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정책 제언 보고서

최신 자동차 정보, 사고,보험등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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