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슈퍼 자차’의 배신과 공포의 휴차료(NOC) 완전 해부
1. 프롤로그: “사고 나면 몸만 나오세요”의 거짓말
“고객님, 이 보험은 ‘슈퍼 무제한 자차’라서 사고 나셔도 본인 부담금 0원입니다. 그냥 편하게 타세요.”
렌터카 직원의 호언장담을 믿고 3만 원을 더 내고 최고 등급 보험에 가입했습니다. 하지만 여행 마지막 날, 주차하다가 범퍼를 살짝 긁는 사고가 발생하자 직원의 태도는 180도 돌변했습니다.
“고객님, 약관 5조 3항 보셨어요? 이건 ‘단독 사고’라서 면책 대상이 아닙니다. 수리비 50만 원에 휴차료 30만 원, 총 80만 원 결제해 주세요.”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접수된 렌터카 관련 피해 구제 신청 중 ‘수리비 등 과다 청구’가 전체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1]. ‘완전 자차’라는 달콤한 말 뒤에 숨겨진 함정,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2. 약관의 덫: 당신이 모르는 ‘보상 제외’ 항목들
렌터카 업체가 홍보하는 ‘완전 자차’는 보험사의 정식 용어가 아닙니다. 업체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차량 손해 면책 제도(CDW)’일 뿐이며, 그 범위는 업체 마음대로 정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가장 많이 속는 대표적인 독소 조항 3가지를 분석합니다.
가장 치명적인 함정입니다. 차대차 사고는 보장해주지만, 혼자 전봇대를 들이받거나 주차 중 긁히는 ‘단독 사고’는 보상 범위에서 제외하는 업체가 많습니다. 특히 저가 렌터카 업체일수록 이 조항을 숨겨두는 경우가 많으니 계약 전 반드시 “혼자 사고 나도 보장되나요?”라고 물어봐야 합니다[2].
차체(보디)만 보장하고 타이어 펑크, 휠 스크래치, 차 키 분실, 실내 오염 등은 면책 대상에서 제외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심지어 견인비(레카비)도 별도로 청구하는 경우가 많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무제한’이라는 단어를 쓰지만 실제로는 ‘수리비 300만 원까지만 면제’라는 한도를 두는 곳이 있습니다. 만약 전손 사고가 나서 차량 가액이 2,000만 원이 나왔다면? 한도인 300만 원을 뺀 나머지 1,700만 원은 고스란히 소비자가 물어내야 합니다.
3. 공포의 ‘휴차료(NOC)’ : 안 쓴 차값도 내라고?

수리비는 보험으로 해결했다 쳐도, 남은 복병이 바로 휴차보상료(Non-Operation Charge)입니다. 차를 수리하는 기간 동안 영업을 못 해서 생긴 손해를 배상하라는 것입니다.
3.1. 휴차료 계산의 ‘꼼수’
표준 약관상 휴차료는 [일일 대여요금의 50% × 수리 기간]입니다. 문제는 기준이 되는 ‘일일 대여요금’입니다. 우리가 예약할 때 본 할인가(3만 원)가 아니라, 신고된 ‘정상 요금(15만 원)’을 기준으로 계산합니다[3].
예를 들어 수리 기간이 5일이라면?
150,000원 × 50% × 5일 = 375,000원
단 며칠 빌렸을 뿐인데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이유입니다. 일부 업체는 수리 기간을 고의로 늘려 휴차료 장사를 한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4. [대응 매뉴얼] 부당한 청구에 맞서는 법
사고가 났을 때 당황해서 업체가 부르는 대로 다 주면 안 됩니다. 법적으로, 그리고 약관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있습니다.
업체가 “수리비 50만 원 나왔습니다”라고 문자로 통보하면, 반드시 세부 정비 명세서와 수리 전/후 사진을 요구하세요. 허위 수리나 과다 청구를 막는 가장 기본적인 방어 수단입니다. 실제로 수리하지 않고 ‘미수선 수리비’ 명목으로 돈만 챙기려는 업체를 걸러낼 수 있습니다.
렌터카 업체의 자차 보험이 못 미덥거나 너무 비싸다면, 토스, 카카오페이 등에서 가입하는 ‘하루짜리 렌터카 특약 보험’을 이용하세요. 하루 3~4천 원이면 휴차료까지 보장해 주는 상품이 많아 훨씬 경제적이고 안전합니다[4].
아무리 비싼 슈퍼 자차를 들어도 음주운전, 뺑소니, 중앙선 침범 등 12대 중과실 사고는 100% 면책 불가입니다. 보험 처리가 아예 안 되며,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으니 절대 주의해야 합니다.
5. 에필로그: 싼 게 비지떡, 계약서가 방패다
즐거운 여행을 망치지 않으려면 ‘최저가’ 렌터카의 유혹을 조심해야 합니다. 렌트비가 비정상적으로 싸다면, 그 업체는 사고 시 과도한 면책금으로 수익을 메우는 구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차 키를 받기 전, 5분만 투자해서 약관을 읽어보세요. 특히 ‘제외 항목’과 ‘면책 한도’를 확인하는 그 5분이, 나중에 500만 원을 아껴줄 수 있습니다. 꼼꼼한 확인만이 당신의 지갑과 여행의 추억을 지켜줍니다.
[부록] 렌터카 인수 전 필수 체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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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 촬영: 차량 인수 시 동영상으로 차량 전체(휠, 하단 범퍼 포함)를 꼼꼼히 촬영해두기 (가장 강력한 증거) - ✔
단독 사고 확인: 직원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단독 사고도 보장되나요?”라고 구두로 확인하고 녹음해두기 - ✔
보상 한도 체크: ‘무제한’인지, 금액 상한선(예: 300만 원)이 있는지 약관 확인 - ✔
타이어/휠 특약: 제주도 등 여행지에서는 타이어 파손이 잦으므로 해당 특약 가입 고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