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났더니 내 차가 벽돌?”OTA 업데이트 실패, 보상은 누가 해주나

기획특집 | 테크 & 모빌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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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시대의 그늘, 멈춰버린 바퀴와 책임 공방

 요약:“업데이트 중입니다.” 스마트폰에서나 보던 이 문구가 자동차 계기판에 뜨기 시작했습니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는 정비소에 가지 않고도 차량 성능을 개선하는 혁신적인 기술입니다.하지만 업데이트 도중 오류가 발생해 차가 시동조차 걸리지 않는 소위 ‘벽돌(Bricking)’ 현상이 발생한다면? 출근길 발이 묶인 운전자는 견인비, 렌트비, 정신적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테슬라, 현대차, 벤츠 등 주요 제조사들의 OTA 실패 사례를 분석하고, 소프트웨어 결함을 단순 ‘오류’로 치부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제조사의 논리와 이에 맞서는 소비자의 법적 대응 가이드를 심층 취재했습니다.

1. 프롤로그: 1억짜리 차가 거대한 고철이 된 아침

중요한 미팅이 있는 월요일 아침, 차에 오른 L씨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어젯밤 “최신 기능 업데이트가 있다”는 알림을 보고 무심코 ‘설치’ 버튼을 누르고 잠든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화면에는 [업데이트 실패]라는 붉은 메시지만 떠 있고, 시동 버튼은 먹통이었습니다. 문도 잠기지 않고, 기어 변속도 안 되는 상황.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허무했습니다. “소프트웨어 충돌 같습니다. 견인해서 입고하셔야 하는데, 대차(렌트)는 당장 어렵습니다.” 졸지에 1억 원이 넘는 최신 전기차가 주차장 장식품으로 전락한 순간입니다. 바퀴 달린 컴퓨터,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시대의 어두운 이면이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2. 왜 멈추는가? : ‘벽돌차’가 되는 기술적 원인

스마트폰도 업데이트하다 벽돌이 되는데, 수만 개의 부품이 연결된 자동차는 오죽할까요? 전문가들은 OTA 실패의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꼽습니다.

Cause 1. ’12V 배터리’의 배신 (저전압)

가장 흔한 원인입니다. 전기차라 하더라도 전장 시스템을 돌리는 건 작은 ’12V 보조 배터리’입니다. 업데이트가 진행되는 20~60분 동안 고전압 배터리와의 연결이 차단된 상태에서 12V 배터리만으로 시스템을 구동하다가, 전압이 떨어지면 업데이트가 중간에 뚝 끊깁니다. 설치 파일이 깨지면서 메인보드가 먹통이 되는 것입니다.

Cause 2. 통신망 불안정 (패킷 손실)

지하 주차장 깊숙한 곳이나 통신 음영 지역에서 업데이트를 시도하다 데이터 패킷이 손실되는 경우입니다. 차량은 “파일이 손상됐다”고 판단하고 시스템을 잠가버립니다(Safety Lock). 안전을 위한 조치지만, 운전자 입장에서는 시동 불능이라는 재앙입니다.

Cause 3.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부조화

제조사가 배포한 최신 펌웨어가 구형 하드웨어 모듈과 호환되지 않아 충돌을 일으키는 경우입니다. PC로 치면 윈도우 11을 깔았는데 그래픽 카드가 지원을 안 해서 부팅이 안 되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명백한 제조사의 검증 부족입니다.

3. 보상, 받을 수 있나? : ‘약관’이라는 높은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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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못 써서 택시 타고 출근했고, 중요한 계약도 늦었습니다. 보상해 주세요.”
소비자의 당연한 요구에 제조사는 약관을 들이밉니다. 현재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 OTA 약관에는 “업데이트 실패로 인한 파생적 손해(교통비, 휴업 손해 등)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면책 조항이 숨어 있습니다.

3.1. 무상 수리는 OK, 렌터카는 글쎄?

보증 기간 내라면 ECU 교체나 소프트웨어 복구는 당연히 무상으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견인비’‘수리 기간 중 대차(렌트)’입니다.

  • 견인비: 제조사 과실이 명백하면 긴급 출동 서비스를 무상 제공하지만, “배터리 관리 소홀”이라며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 대차 서비스: “부품이 없어서 수리에 일주일이 걸린다”고 해도, 소프트웨어 오류는 ‘중대 결함’으로 분류되지 않아 대차 지급 의무가 없다고 버티는 브랜드가 많습니다. 국토부 권고 사항일 뿐, 강제성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3.2. 한국형 레몬법의 사각지대

‘한국형 레몬법(자동차 교환·환불 제도)’은 ‘중대한 하자로 2회 이상 수리했으나 재발한 경우’ 등을 조건으로 합니다. OTA 오류로 한 번 벽돌이 된 것은 ‘일시적 오류’로 취급되어 교환/환불 대상이 되기 어렵습니다. 하드웨어 결함 위주로 짜인 현재의 법이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를 따라가지 못하는 입법 지체 현상입니다.

4. [대처 가이드] 업데이트 버튼 누르기 전, 이것만은!

제조사가 완벽한 소프트웨어를 내놓을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내 차가 벽돌이 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운전자의 생존 수칙입니다.

RULE 1. ‘중요한 날’ 전날엔 업데이트 금지

가장 현실적인 조언입니다. 출장, 여행, 출근 등 차를 반드시 써야 하는 날 직전에는 절대 업데이트를 하지 마세요. 업데이트는 ‘여유 있는 주말 낮, 집 주차장’에서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혹시 멈추더라도 대처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RULE 2. 배터리 상태 확인 (블랙박스 끄기)

업데이트 중 전력 소모는 상당합니다. 12V 배터리 방전을 막기 위해, 업데이트 시작 전 상시 녹화 중인 블랙박스 전원 코드를 뽑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전기차의 경우 고전압 배터리 잔량이 20% 이하라면 충전부터 하고 업데이트를 시작하세요.

RULE 3. 벽돌이 됐다면? 증거 확보 후 ‘어부바’

업데이트 실패 메시지가 뜬 화면을 반드시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어두세요. 그리고 무리하게 시동을 걸거나 배터리를 탈거하려 하지 말고, 즉시 제조사 긴급출동을 불러 견인(어부바)해야 합니다. 이때 “업데이트 오류로 인한 것이니 견인비는 본사가 부담하라”고 명확히 요구해야 나중에 청구되지 않습니다.

5. 에필로그: 자동차는 더 이상 기계가 아니다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치우고 있다(Software is eating the world)”는 마크 앤드리슨의 말처럼, 자동차도 이제 소프트웨어 덩어리가 되었습니다. OTA는 분명 축복이지만, 준비되지 않은 OTA는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제조사는 ‘베타 테스터’ 취급을 당하는 소비자의 불만에 귀 기울여야 하며, 정부는 소프트웨어 결함에 대한 명확한 보상 가이드라인을 법제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운전자들도 이제는 엔진오일뿐만 아니라 ‘업데이트 로그’를 관리해야 하는 스마트한 오너가 되어야 할 때입니다.

[부록] 안전한 OTA 업데이트를 위한 5가지 수칙


  • 타이밍 선정: 주행 계획이 없는 날, 여유로운 시간에 진행 (출근 직전 금지)

  • 장소 확보: 통신이 원활하고 견인차가 들어올 수 있는 지상 주차장 권장

  • 전력 관리: 업데이트 전 30분 이상 주행하여 12V 배터리 충전 상태 유지

  • 창문 개방: 만약의 사태(도어 잠김)에 대비해 창문을 조금 열어두거나 차 키를 소지하고 밖에서 대기

  • 릴리즈 노트 확인: 업데이트 내용을 미리 읽어보고 꼭 필요한 기능인지 판단 후 실행
References & Sources:
1. 국토교통부: 자동차 OTA 관련 규제 샌드박스 및 안전 기준
2. 한국소비자원: 자동차 소프트웨어 결함 관련 소비자 피해 사례 분석
3. 각 제조사(현대, 기아, 테슬라 등) OTA 서비스 이용 약관 및 보증서
4. 자동차 리콜 센터: 소프트웨어 오류로 인한 리콜 현황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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