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싼 게 비지떡? 최저가 주유소의 함정과 ‘오피넷’ 활용법
1. 프롤로그: 악마의 칵테일, 가짜 석유
평소처럼 출근길에 주유를 한 직장인 김 모 씨. 그런데 고속도로에 진입하자마자 차가 평소와 다르게 쿨럭거리더니 가속 페달을 밟아도 속도가 나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며 시동이 꺼져버렸습니다. 정비소 진단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연료 계통이 다 망가졌습니다. 혹시 가짜 기름 넣으셨어요?”
가짜 석유는 단순한 ‘불량 식품’ 정도가 아닙니다. 휘발유에 도료 희석제(신너)나 솔벤트를 섞으면 고무 패킹을 녹여 누유와 화재를 유발하고, 경유에 등유를 섞으면 윤활성 부족으로 고압 펌프와 인젝터가 파손됩니다. 수리비만 수백만 원이 깨지는 대형 사고. 과연 우리는 이 ‘악마의 칵테일’을 피할 수 있을까요?
2. 그들은 어떻게 속이나? : 진화하는 수법
과거에는 대놓고 가짜 기름을 팔았다면, 요즘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첨단 장비를 동원합니다.
가장 지능적인 수법입니다. 주유기 지하에 정품 탱크와 가짜 탱크를 모두 연결해두고, 평소엔 정품을 팔다가 단골이나 특정 시간대에만 리모컨을 눌러 가짜 기름이 나오도록 조작합니다. 단속반이 들이닥쳐도 리모컨만 누르면 정품이 나오니 적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주유소가 아닌 공사 현장이나 차고지 등을 찾아다니는 이동 주유차(홈로리)를 이용해 등유가 섞인 가짜 경유를 덤핑으로 판매합니다. 주로 대형 화물차들이 타깃이 되며, “현금으로 하면 싸게 해주겠다”는 유혹으로 접근합니다.
3. [판별법] 내 차가 보내는 SOS 신호

화학 분석 없이 일반인이 100% 구별하기는 어렵지만, 차가 보내는 신호와 주유소의 특징을 보면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Signal 1. 엔진 소음과 출력 저하
가짜 휘발유는 옥탄가가 낮아 엔진 내에서 불완전 연소(노킹 현상)를 일으킵니다. 평소보다 엔진 소리가 “캉캉”거리며 커지거나, 오르막길에서 힘이 딸린다면 의심해봐야 합니다. 경유차의 경우 매연이 갑자기 심해지는 것도 특징입니다.
Signal 2. 연비 급감
가짜 석유는 열량이 낮아 같은 양을 넣어도 주행 거리가 짧습니다. 평소 5만 원 넣고 300km를 탔는데, 이번 주유소에서 넣은 뒤 200km밖에 못 탔다면 연료 품질을 의심해볼 합리적인 이유가 됩니다.
4. [예방법] 가짜 주유소를 피해 가는 기술
가장 좋은 건 아예 의심스러운 곳을 가지 않는 것입니다. 스마트폰 하나면 충분합니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오피넷(Opinet)’ 웹사이트나 앱에는 [불법행위 공표사항] 메뉴가 있습니다. 여기에 들어가면 가짜 석유를 팔다 적발된 주유소 명단이 실시간으로 뜹니다. 우리 동네 최저가 주유소가 혹시 블랙리스트에 있는지 주유 전 꼭 확인하세요.
주변 시세보다 리터당 100원 이상 저렴하다면? 사장님이 건물주라서 땅 파서 장사하는 게 아니라면, 가짜 석유일 확률이 높습니다. 정상적인 유통 마진으로는 불가능한 가격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진리는 주유소에도 통합니다.
한국석유관리원이 주기적으로 품질을 검사하고 인증해 주는 ‘품질인증주유소(알뜰주유소 등)’ 마크가 있는 곳을 이용하세요. 적어도 여기는 국가가 품질을 보증하는 곳이니 안심할 수 있습니다.
5. 에필로그: 의심되면 신고하고 돈 받자
만약 가짜 석유 주유가 의심된다면? 절대 그냥 넘어가지 마세요. 한국석유관리원(1588-5166)에 신고하면 검사원이 출동하여 시료를 채취해 갑니다. 가짜 석유로 판명될 경우 최대 1,000만 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단, 신고할 때는 영수증이 필수입니다. 카드 결제 내역이나 영수증을 꼭 챙겨두는 습관, 내 차와 지갑을 지키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부록] 가짜 석유 피해 예방 3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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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증 보관: 주유 후 영수증은 반드시 챙기거나, 카드 결제 문자를 남겨두세요. (증거 확보) - ✔
오피넷 생활화: 낯선 주유소에 갈 땐 오피넷 앱으로 ‘불법 업소’ 여부 1초 만에 검색 - ✔
주간 주유: 가급적 낮 시간대에, 차량 통행이 많은 주유소를 이용하세요. (야간에 장난칠 확률이 높음)